오월편지 /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