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908

8월의 기도 - 임영준

8월의 기도 - 임영준 ​ 이글거리는 태양이 꼭 필요한 곳에만 닿게 하소서 가끔씩 소나기로 찾아와 목마른 이들에게 감로수가 되게 하소서 옹골차게 여물어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하소서 보다 더 후끈하고 푸르러 추위와 어둠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소서 갈등과 영욕에 일그러진 초상들을 싱그러운 산과 바다로 다잡아 다시 시작하게 하소서 Any Dream Will Do - Phil Coulter

詩--詩한 2021.08.04

증문(憎蚊) - 다산 정약용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 猛虎咆籬根(맹호포리근)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 我能齁齁眠(아능후후면)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 脩蛇掛屋角(수사괘옥각)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 且臥看蜿蜒(차와간완연)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 一蚊譻然聲到耳(일문앵연성도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 氣怯膽落腸內煎(기겁담락장내전)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 揷觜吮血斯足矣(삽취연혈사족의)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 吹毒次骨又胡然(취독차골우호연) 삼베 이불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 布衾密包但露頂(포금밀포단로정)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네 / 須臾瘣癗萬顆如佛巓(수유외뢰만과여불전)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

閑雲野鶴 2021.08.03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별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 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방이 방 한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 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몽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 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詩--詩한 2021.06.22

檀園 金弘道 - 貢院春曉圖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 36.5×70.0cm 안산ans화재단 貢院春曉萬蟻戰鬪 과거장의 봄날 새벽은 수많은 개미가 싸우는데 或有停毫凝思者 간혹 얼어붙은 붓을 멈추고 생각에 잠겨있는 자가 있고 或有開卷考閱者 때로는 책을 펼쳐 살펴보는 자도 있고 或有展紙下筆者 혹은 펼친 종이에 글을 쓰는 자도 있고 或有相逢偶語者 혹은 우연히 서로 만나 말을 나누는 자도 있고 或有倚擔困睡者 혹은 짐에 기대어 곤이 잠든 자도 있는데 燈燭熒煌人聲搖搖 등불과 촛불은 빛나고 사람 소리로 들떠있네. 摸寫之妙可奪天造 묘사하여 그린 오묘함이 하늘의 조화를 빼앗았으니 半生飽經此困者 반평생이 족히 지나도록 이 고통을 겪은 사람이 對此不覺幽酸 이 그림을 대하면 자기도 모르게 깊이 가슴 아플 것이다. 豹菴 표암(강세황..

古塘秋曉 202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