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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 복효근

안개꽃 /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詩--詩한 2020.08.19

이케지메いけじめ [活け締め]

いけじめ [活け締め] 활어의 鰓蓋 속에 있는 머리뼈와 몸통뼈를 이어주는 부분과, 몸통과 꼬리가 이어지는 부분을 잘라 피를 뽑아내는 것 유비끼, 마스까와, 히비끼의 차이 유비끼, 마스까와, 히비끼의 차이 #생선회의 유비끼와 마스까와, 어떤 차이일까? 유비끼, 마스까와, 히비끼의 차이 작년 이맘때쯤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수산물 명칭들" 에 대해 포스팅 한적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횟� slds2.tistory.com 오마카세お任せ 개요 일본식 음식점의 요리사가 그날의 재료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을 뜻하는 일본어. '오마카세(お任せ)'는 '맡기다, 일임하다'라는 의미이며, 특히 식재료에서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본식 횟집이나 초밥집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다. '오마카세'로 주문하는 ..

常識倉庫 2020.08.16

아내는 안해다 / 오탁번

아내는 안해다 / 오탁번 토박이말사전에서 어원을 찾아보면 '아내'는 집안에 있는 해라서 '안해' 란다 과연 그럴까? 화장실에서 큰거하고 나서 화장지 다 떨어졌을 때 화장지 달라면서 소리쳐 부를 수 있는 사람, 틀니 빼놓은 물컵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생일 선물 사줘도 눈꼽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 있어도 되고 없으면 더 좋을 그런 사람인데 집안에 있는 해라고? 천만의 말씀! 어쩌다 젊은 시절 떠올라 이불 속에서 슬쩍 건드리면 ─ 안 해! 하품 섞어 내뱉는 내 아내!

詩--詩한 2020.08.16

섬진강 편지 / 그것이 나의 일

이런저런 일에 지쳐 휴가를 온 아이들과 4박 5일 사성암과 섬진강, 천은사와 노고단을 노닐었다 저어기! 운해가 걷히고 드러나는 티 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맨살을 보아라 노고단의 저 선연한 꽃빛을 보아라 아이들은 섬진강과 지리산의 푸름에 한껏 취했고 동자꽃 노루오줌 지리터리 원추리 기린초와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 환한 얼굴을 보는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다음 달에 다시 오겠다는 너희를 위해 또 뒷날 너희 아이들을 위해 저 푸름을, 저 선연한 꽃빛을 지켜내야겠구나 그것이 나의 일이로구나 -섬진강 /김인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시 이원규 / 곡 안치환 / 노래 안치환

閑雲野鶴 2020.08.07

상돈아. 술 마시다 칵 죽어삐리자 / 박영철

상돈아. 술 마시다 칵 죽어삐리자 / 박영철 어떤 놈은 여자 배 위에서 씩씩거리다 죽고 어떤 놈은 복 사시미 쳐먹다 죽는다는데 또 어떤 놈은 아침에 처자식들 앞에서 오늘부터 술 끊는다고 장담했다가 인생이 허망해져서 저녁에 목 매달았다는데 대장암 수술 받고 저번 금요일날 퇴원한 상돈아. 이제 술담배 끊는다고 장담한 내 친구 상돈아, 그냥 평소에 하던 짓 그대로 하다가 죽자. 담배 물고 술 마시다가 해롱헤롱 죽자는 말이다. 안 하던 짓 어쩌다 하면 꼭 탈 난다 안 카드나. Edward Simoni / Feuer Tanz

詩--詩한 2020.08.05

산경 / 도종환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George Skaroulis - This Land Is Your Land

詩--詩한 2020.07.31

땡볕 - 손광세

땡볕 - 손광세 ​ 7월이 오면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詩--詩한 2020.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