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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경 이 / 류시화 ​

질 경 이 / 류시화 ​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 뽑아낼 새도 없이 슬픔은 질경이와도 같은 것 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 다른 식물의 감정들까지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서둘러 뽑아 버릴수록 좋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머지않아 질경이가 인생의 정원을 망가뜨린다고 ​그러나 아무도 질경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한때 나는 삶에서 슬픔에 의지한 적이 있었다 여름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픔만이 있었을 뿐 ​질경이의 이마 위로 여름의 태양이 지나간다 질경이는 내게 단호한 눈짓으로 말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타인으로부터 얼마만큼 거리를 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나는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 8월의 해시계 아래서 나는 나 자신을 껴안고 질경이의 영토를 ..

詩--詩한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