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 猛虎咆籬根(맹호포리근)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 我能齁齁眠(아능후후면)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 脩蛇掛屋角(수사괘옥각)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 且臥看蜿蜒(차와간완연)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 一蚊譻然聲到耳(일문앵연성도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 氣怯膽落腸內煎(기겁담락장내전)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 揷觜吮血斯足矣(삽취연혈사족의)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 吹毒次骨又胡然(취독차골우호연)
삼베 이불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 布衾密包但露頂(포금밀포단로정)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네 / 須臾瘣癗萬顆如佛巓(수유외뢰만과여불전)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 頰雖自批亦虛發(협수자비역허발)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 髀將急拊先已遷(비장급부선이천)
싸워봐야 소용 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 力戰無功不成寐(역전무공불성매)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 년과 맞먹는다네 / 漫漫夏夜長如年(만만하야장여년)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 汝質至眇族至賤(여질지묘족지천)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 何爲逢人輒流涎(하위봉인첩류연)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질 배우는 일이요 / 夜行眞學盜(야행진학도)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말가 / 血食豈由賢(혈식기유현)
생각하면 그 옛날 대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 憶曾校書大酉舍(억증교서대유사)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서 있고 / 蒼松白鶴羅堂前(창송백학라당전)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 六月飛蠅凍不起(유월비승동불기)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 偃息綠簟聞寒蟬(언식록점문한선)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 如今土床薦藁鞂(여금토상천고갈)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 蚊由我召非汝愆(문유아소비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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