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여행가방 / 김수영 오래된 여행가방 - 김수영 스무 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 만에 돌아가.. 詩--詩한 2017.12.17
모닥불/ 백석 모닥불/ 백석 새끼 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 詩--詩한 2017.12.17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 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삼동(三.. 詩--詩한 2017.12.17
연표(年表) / 김경미 연표(年表) / 김경미 그가 내 가슴에 복숭아를 던지던 구석기시대가 있었고 내가 그의 가슴을 찌르던 철의 시대도 있었다 연잎처럼 큰 편지가 소리 없이 타버리던 종이와 성냥의 시대가 있었고 어금니가 아픈 탈락과 취소의 시대도 있었다 긴 복도에는 늘 목례와 악수와 끄트머리 어둠과 .. 詩--詩한 2017.12.17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La Romanesca / Richard Yongjae O`Neill 詩--詩한 2017.12.17
정(釘) / 유자효 정(釘) / 유자효 햇빛은 말한다 여위어라 여위고 여위어 점으로 남으면 그 점이 더욱 여위어 사라지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으면 단단하리라 Serenity - Phil Coulter 詩--詩한 2017.12.17
꽃은 / 예창해 꽃은 / 예창해 꽃은 저만치 서서 향기를 전하고 눈길을 줄 뿐 말하지 않는다. 말은 할수록 외로워지고 사람은 알수록 슬퍼지는 것을 꽃이 알까마는 꽃처럼 살지 못해 나는 늘 아프다. Mozart-Piano Concerto No.23 in A major, K.488 II. Adagio 詩--詩한 201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