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 윤희상 단추 / 윤희상 옷을 샀더니, 단춧구멍은 없고 단추만 달려 있다 아무 쓸모가 없는 단추를 누가 달아 놓았을까 그러나 아름다운 단추 Love Transfering - Wang Wei 詩--詩한 2017.12.17
아침을 기리는 노래 / 문태준 아침을 기리는 노래 / 문태준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통의 물을 길어오네 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詩--詩한 2017.12.17
장마 - 강연호 장마 - 강연호 관절을 뚝뚝 꺾으며 비는 내렸어 비디오를 보면서 잡지책을 뒤적이면서눅눅한 새우깡을 씹으면서 나는 비처럼 뒹굴었어아무렇게나 산다고 생각하는 삶은이미 아무렇게나 사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진짜 아무렇게나 젖어 살자고 다짐했어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詩--詩한 2017.12.17
서시 - 나희덕 서시 -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Remembering - Tim Janis 詩--詩한 2017.12.17
첫사랑 / 서정춘 첫사랑 / 서정춘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트려 준 눈깔사탕 춘봉이 받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 버린 춘봉이 입 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詩--詩한 2017.12.17
7월 / 허연 7월 /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詩--詩한 2017.12.17
언제 또 여러번 / 문태준 언제 또 여러번 / 문태준 왼 손목의 맥을 짚으며 비를 보네 물통을 내려놓고 비를 보네 이 비 그치면 낙과(落果)를 줍게 되리 천둥 우는 소리는 처음엔 높고 나중엔 낮아지네 계곡물은 비옷을 입고 급하게 내려오네 오늘 칡넝쿨같이 뻗어가는 구름 아래를 지나며 언제 또 소낙비를 만나게 .. 詩--詩한 2017.12.17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 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만사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될성부른가) 노래든 사귐이든, 무슨 작은 발성(發聲)이라도 때가 올 때까지, (게으름 아닌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A Sleeping Forest - Daydream 詩--詩한 2017.12.17
1년 / 천양희 1년 / 천양희 작년의 낙엽들 벌써 거름 되었다 내가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작년의 씨앗들 벌써 꽃 되었다 내가 꽃밭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후딱, 1년이 지나갔다 돌아서서 나는 고개를 팍, 꺾었다 My Lonely Road - Isisip 詩--詩한 2017.12.17
가을이 왔다 / 공광규 가을이 왔다 / 공광규 메뚜기가 해를 이고 왔다 귀뚜라미가 악기를 지고 왔다 여치가 달을 안고 왔다 방아깨비가 방아를 찧으며 왔다 가을을 이고 지고 안고 오느라 메뚜기와 귀뚜라미와 여치는 뒷다리가 길어졌다 방아 찧으며 오느라 방아깨비는 뒷다리가 길어졌다 가을이 왔다 이슬을 .. 詩--詩한 201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