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신(春信 )/ 유치환 춘신(春信 )/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 詩--詩한 2017.12.17
나비를 읽는 법 / 박지웅 나비를 읽는 법 /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 詩--詩한 2017.12.17
햇살에게 / 정호승 햇살에게 /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 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Remembering - Tim Janis 詩--詩한 2017.12.17
아침 / 천상병 아침 / 천상병 아침은 매우 기분이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詩--詩한 2017.12.17
귀휴(歸休) / 문태준 귀휴(歸休) / 문태준 돌아와 나흘을 매어놓고 살다 구불구불한 산길에게 자꾸 빠져들다 초승달과 새와 높게 어울리다 소와 하루 밤새 게으르게 눕다 닭들에게 마당을 꾸어 쓰다 해 질 무렵까지 말뚝에 묶어놓고 나를 풀밭을 염소에게 맡기다 울 아래 분꽃 곁에 벌을 데려오다 엉클어진 수.. 詩--詩한 2017.12.17
심인 / 황지우 심인 / 황지우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 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오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 詩--詩한 2017.12.17
감자 / 문태준 감자 / 문태준 지켜보노라니, 저마다 어떤 우주 하나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것들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소년의 까만 눈동자가 떠오르기도 하는 것인데 그를 놀라게 했던 고요여, 그것들은 부유(浮遊)하는 마음들을 가라앉게 하는 것이지 세상 밖의 먼길을 가리키는 것이지 .. 詩--詩한 2017.12.17
이게 무슨 시간입니까 / 정현종 이게 무슨 시간입니까 / 정현종 이게 무슨 시간입니까. 마악 피어나려고 하는 꽃송이, 그 위에 앉아 있는 지금, 공기 중에 열이 가득합니다, 마악 피어나려는 시간의 열, 꽃송이 한가운데, 이게 무슨 시간입니까. 詩--詩한 2017.12.17
뺄셈 / 김광규 뺄셈 / 김광규 덧셈은 끝났다. 밤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묻은 문패와 헤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 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전을 들추어 보는 것은 품위 없는 것 찾았다가 잃어버리고 만났다가 헤어.. 詩--詩한 201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