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 우체국 /서일옥 병산 우체국 /서일옥 이름 곱고 담도 낮은 병산 우체국은 해변 길 걸어서 탱자 울을 지나서 꼭 전할 비밀 생기면 몰래 문 열고 싶은 곳 어제는 봄비 내리고 바람 살푼 불더니 햇살 받은 우체통이 칸나처럼 피어 있다 누구의 애틋한 사연이 저 속에서 익고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 백.. 詩--詩한 2020.04.29
꽃밭에서 놀았어요 / 정채봉 꽃밭에서 놀았어요 / 정채봉 어른들은 그 방에서 화투판을 벌였다. 담배를 피우며, 고기를 구웠다. 술을 마시고 또 마시며, 벌겋게 되어 떠들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선 그는 악취에 코를 쥐었다. 그러나 그도 얼마가지 않아 함께 묻혀 버리고 말았다. 저녁무렵이 되자, 그의 아이가 그를 데.. 詩--詩한 2020.04.28
산 - 함민복 유영국 산 - 함민복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詩--詩한 2020.04.28
맑다 / 박연옥 맑다 / 박연옥 무슨 소식 올 것 같은 개인날 맑은 풍경 나뭇빛 사이사이 연둣빛 새소리를 살며시 뜰채로 뜨자 소복이 담기는 봄 George Skaroulis - This Land Is Your Land 詩--詩한 2020.04.27
귀가 / 김숙경 귀가 / 김숙경 먼 길 걸어온 캄캄한 골목 문패 없는 집 앞에서 서성인다 떠났던 아침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담 넘을 듯 자라난 라일락과 전신주 사이엔 그림자가 없다 까맣게 태운 하루는 보라의 꽃 뭉치 뒤로 숨자 지상의 기다림 들을 말끔히 다려놓는 땅거미 더 이상 지상의 구겨짐들 .. 詩--詩한 2020.04.25
숲 - 나태주 숲 - 나태주 비 개인 아침 숲에 들면 가슴을 후벼내는 비의 살내음. 숲의 샅내음. 천 갈래 만 갈래 산새들은 비단 색실을 푸오. 햇빛보다 더 밝고 정겨운 그늘에 시냇물은 찌글찌글 벌레들인 양 소색이오. 비 개인 아침 숲 속에 들면 아, 눈물 비린내. 눈물 비린내. 나를 찾아오다가 어디만.. 詩--詩한 2020.04.23
봄날 - 문무학 봄날 - 문무학 한입 베어 물고 씹고 싶다 이 봄날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봄날 될 순 없을까 턱없는 생각사이로 꽃 이파리 떨 어 진 다 Giovanni Marradi / Album Nocturnes 詩--詩한 2020.04.21
물끄러미 / 이정록 물끄러미 / 이정록 오늘 나는 작은 거울에 입김을 불어 넣고 이 말을 쓴다. ‘물끄러미’ 아, 저녁 같은 이 말의 촉촉함에 나를 비빈다. 내치는 것도 아니고 와락 껴안는 것도 아니다. ‘물끄러미’라는 말속에는 적정한 거리가 있다. 대상이 녹아서 나에게 스며들 때까지의 묽은 기다림이.. 詩--詩한 2020.04.18
落 花 - 이형기 落 花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 詩--詩한 2020.04.16
복사뼈에 대한 명상 - 복효근 복사뼈에 대한 명상 - 복효근 복숭아를 먹다보면 필연코 단단한 씨를 만난다 그것은 말하자면 복사꽃의 끝 단맛으로 깊어가던 복숭아의 끝 끝나버린 복숭아씨, 그것은 또 꽃피울 복숭아의 머언 먼 시작이려니 귀 기울이면 그 속에 비가 내리고 새가 울리라 나에게도 복사뼈라 부르는 씨 .. 詩--詩한 202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