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장인성 봄비 - 장인성 네가 오는구나 손에 든 초록 보따리 그게 전부 가난이라해도 반길 수밖에 없는 허기진 새벽 누이야 네 들고 온 가난을 풀어보아라 무슨 풀씨이든 이 나라 들판에 뿌려놓으면 빈 곳이야 넉넉히 가리지 않겠느냐 ―계간『시와 시학』(2005, 봄호) ㅡ시집『냉이꽃이 피었습니다.. 詩--詩한 2020.02.25
연탄-아버지학교 13’ / 이정록 일러스트/이철원 연탄-아버지학교 13’ / 이정록 아비란 연탄 같은 거지. 숨구멍이 불구멍이지. 달동네든 지하 단칸방이든 그 집, 가장 낮고 어둔 곳에서 한숨을 불길로 뿜어 올리지. 헉헉대던 불구멍 탓에 아비는 쉬이 부서지지. 갈 때 되면 그제야 낮달처럼 창백해지지. The Voice of Life / Hoo.. 詩--詩한 2020.02.24
꿈같이 오실 봄 / 오광수 꿈같이 오실 봄 / 오광수 그대! 꿈으로 오시렵니까? 백마가 끄는 노란 마차 타고 파란 하늘 저편에서 나풀 나풀 날아오듯 오시렵니까? 아지랑이 춤사위에 모두가 한껏 흥이 나면 이산 저 산 진달래꽃 발그스레한 볼 쓰다듬으며 그렇게 오시렵니까? 아! 지금 어렴풋이 들리는 저 분주함은 .. 詩--詩한 2020.02.22
무량사 한 채 /공광규 무량사 한 채 /공광규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 詩--詩한 2020.02.19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세 여인 - 박수근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들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 詩--詩한 2020.02.19
의자/이정록 의자/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좋은 열매도 그렇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에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니었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호박에 똬리도 .. 詩--詩한 2020.02.16
매화가 필 무렵 - 복효근 매화가 필 무렵 - 복효근 매화가 핀다 내 첫사랑이 그러했지 온밤내 누군가 내 몸 가득 바늘을 박아넣고 문신을 뜨는 듯 꽃문신을 뜨는 듯 아직은 눈바람 속 여린 실핏줄마다 피멍울이 맺히던 것을 하염없는 열꽃만 피던 것을… 십수삼년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첫사랑이듯 첫사랑이듯 .. 詩--詩한 2020.02.15
그믐달 어머니학교 18 / 이정록 그믐달 어머니학교 18 / 이정록 가로등 밑 들깨는 올해도 쭉정이란다. 쉴 틈이 없었던 거지. 너도 곧 좋은 날이 올 거여. 지나고 봐라. 사람도 밤낮 밝기만 하다고 좋은 것 아니다. 보름 아녔던 그믐달 없고 그믐 없었던 보름달 없지. 어둠은 지나가는 거란다. 어떤 세상이 맨날 보름달만 있.. 詩--詩한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