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수건 - 어머니학교 4 / 이정록 일러스트/이철원 나비수건 - 어머니학교 4 / 이정록 고추밭에 다녀오다가 매운 눈 닦으려고 냇가에 쪼그려 앉았는데 몸체 보시한 나비 날개, 그 하얀 꽃잎이 살랑살랑 떠내려가더라. 물속에 그늘 한 점 너울너울 춤추며 가더라. 졸졸졸 상엿소리도 아름답더라. 맵게 살아봐야겠다고 싸돌.. 詩--詩한 2020.03.14
평화롭게 / 김종삼 평화롭게 / 김종삼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Peace Is Flowing Like A River / Melinda Dumitrescu 詩--詩한 2020.03.13
젖은 생각 - 권현형 그림=원은희젖은 생각 - 권현형 마른 빨래에서 덜 휘발된 사람의 온기, 달큰한 비린내를 맡으며 통증처럼 누군가 욱신욱신 그립다 삼월의 창문을 열어놓고 설거지통 그릇들을 소리 나게 닦으며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며 나는 자꾸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다 온 집안을 빙글빙글 바람개.. 詩--詩한 2020.03.12
살청으로 푸른빛을 얻다 - 권현형 살청으로 푸른빛을 얻다 - 권현형 푸른 기운을 죽여야 한다는, 살청殺靑이라는 말이 놀라웠다 무쇠 솥에서 찻잎을 덖어서 맛보는 자의 사지가 부드러워지고 혀의 독毒이 빠지는 순간 들끓는 생각이 묽어지는 그런 때를 말함이라면 껍질 안에서 이미 딱딱해져 있거나 아직 몸이 촉촉한 강.. 詩--詩한 2020.03.11
시 - 나태주 시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Implo.. 詩--詩한 2020.03.08
고마운 일 / 나태주 고마운 일 / 나태주 시를 주는 아이가 있었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살아가다가 가끔은 시를 주는 아이를 만나곤 했다 지금은 네가 나에게 시를 주고 있는 아이 다만 나는 네가 주는 시를 공손히 받기만 하면 된다 고마운 일이다 Listen To Your Heart - Mike Rowland 詩--詩한 2020.03.07
봄이 올 때 까지는 - 안도현 봄이 올 때 까지는 - 안도현 보고 싶어도 꾹 참기로 한다. 저 얼음장 위에 던져 놓은 돌이 강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는 Serenade To Spring - Lovland Rolf 詩--詩한 2020.03.06
섬진강 5- 삶 / 김용택 섬진강 5- 삶 / 김용택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 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오고 실어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 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어둑거리는 강물.. 詩--詩한 2020.03.04
나를 키우며 사는 일 - 문태준 나를 키우며 사는 일 - 문태준 스스로 심지를 굳게 하는 일 헐거워지는 일로 하루를 사는 일 마음이 원하는 쪽으로 잘 자라게 하는 일 쓸데 없는 걱정을 내 보내는 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는 일 일의 문제를 바깥에서 찾지 말고 내 마음에서 찾는 일 마음 바탕.. 詩--詩한 2020.02.28
너의 향기를 어찌 견디겠니 / 고재종 너의 향기를 어찌 견디겠니 / 고재종 비 젖으면 딱딱하게 굳는 질 낮은 구두처럼 일하고 사랑하는 일 악성의 하품일 때 문득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와서는 장미 그걸로 장미 가시, 장미 꽃잎 그걸로 나를 마구 문신해 대는 너의 눈빛을 어찌 견디겠니 Dreamer - Ernesto Cortazar 詩--詩한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