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뼈에 대한 명상 - 복효근
복숭아를 먹다보면
필연코 단단한 씨를 만난다
그것은 말하자면
복사꽃의 끝
단맛으로 깊어가던 복숭아의 끝
끝나버린 복숭아씨, 그것은
또 꽃피울 복숭아의 머언 먼 시작이려니
귀 기울이면
그 속에 비가 내리고 새가 울리라
나에게도
복사뼈라 부르는 씨 하나가 있어
살아버린 나는 무엇인가의 맛 나는 과육이 되어야겠다
언젠가
내 과육을 다 먹은 시간이 그 끝에 만나고야 말 그 씨는
나의 시작인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들으면 들리리라 비 내리는 소리
내 안에서 우는 새소리
꽃 피는 소리
끝이 시작으로 이어지는 지점
내게도 복숭아씨가 있다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방법"(문학과경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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