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그리움이다.
문득 아니면 울컥, 그때 그 어느 날의 흔적과 시간을 찾아 영혼의 빗장을 푸는 알레고리이다.
갓 볶아낸 커피 향기, 담장너머 청국장 냄새, 새로 갈아입은 옷에서 나는 새물내,
그 목도리에서 그 사람의 언어와 체온과 숨결이 느껴지는 체취, 꽃그늘을 지나다 흠칫 돌아보는 향수 내음.
가슴이 먹먹한 날, 무심코 잊고 살아왔던 먼 기억들이 일상을 툭 치고 갑자기 밀려오는 그리운 냄새들이 있다.
최명희 소설 ‘혼불’에서도 여주인공 강실이가 익모초를 보고 어머니가 생각나 울음을 삼키는 장면이 있다.
"단오날 정오에 캔 약쑥 익모초가 제일 좋지. 약효가 그만이라.” 하며 들에 나가 어울려 캐 온 약쑥과 익모초를 헛간 옆구리 그늘에다 널어 말리던 어머니. (중략)
그래서 여름날의 무명옷 올 사이로는 익모초 진초록 쓴맛이 쌉쏘롬히 배어들어, 오류골댁이 소매를 들어 올리거나 슥 옆으로 지나칠 때, 또 가까이 다가 앉을 때면 냇내처럼 그 쓴내가 흩어졌다.
익모... 그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에이어 강실이는 우욱 치미는 울음을 삼킨다." (혼불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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