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쉬 - 문인수

푸른하늘sky 2019. 7. 12. 22:55

쉬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이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이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겄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비끄러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작가세계』(2002년 겨울호)











Gloomy Sunday/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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