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탁주(濁酒) / 권선희

푸른하늘sky 2019. 7. 12. 03:10


탁주(濁酒) / 권선희

 

제수씨요,

내는 말이시더.

대보 저 짝 끄트머리 골짝 팔남매 오골오골 부잡시럽던 집 막내요.

우리 큰 시야가 내캉 스무 살 차이 나는데요.

한 날은 내를 구룡포,

인자 가마보이 거가 장안동쯤 되는 갑디더.

글로 데불고 가가 생전 처음으로 짜장면 안 사줬능교.

내 거그 앉아가 거무티티한 국수 나온 거 보고는 마 바로 오바이트 할라 했니더.

희안티더.

그 마이 촌놈이 뭐시 배 타고 스페인꺼정 안 갔능교.

가가 그 노무 나라 음식 죽지 몬해 묵으면서 내 구룡포 동화루 짜장면 생각 마이 했니더.

생각해 보믄 울행님이 내 보고 샐쭉이 웃던 이유 빤한데 내는 그 촌시럽던 때가 우예 이리 그립겠능교.

마 살믄 살수록 자꾸 그리운기라요.

그기 첫사랑 고 문디가시나 그리운 것에 비할라요.

내 품은 가시나들 암만 이뻐도 울 행님 그 웃음 맨키야 하겠능교.

뭐시 이리도 급히 살았는지 내도 모르요.

참말로 문디 같은 세월이니더.

제수씨요,

무심한 기 마 세월이니더.

우예든동 한 잔 하시더…….

 


   - 시집『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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