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씨요,
내는 말이시더.
대보 저 짝 끄트머리 골짝 팔남매 오골오골 부잡시럽던 집 막내요.
우리 큰 시야가 내캉 스무 살 차이 나는데요.
한 날은 내를 구룡포,
인자 가마보이 거가 장안동쯤 되는 갑디더.
글로 데불고 가가 생전 처음으로 짜장면 안 사줬능교.
내 거그 앉아가 거무티티한 국수 나온 거 보고는 마 바로 오바이트 할라 했니더.
희안티더.
그 마이 촌놈이 뭐시 배 타고 스페인꺼정 안 갔능교.
가가 그 노무 나라 음식 죽지 몬해 묵으면서 내 구룡포 동화루 짜장면 생각 마이 했니더.
생각해 보믄 울행님이 내 보고 샐쭉이 웃던 이유 빤한데 내는 그 촌시럽던 때가 우예 이리 그립겠능교.
마 살믄 살수록 자꾸 그리운기라요.
그기 첫사랑 고 문디가시나 그리운 것에 비할라요.
내 품은 가시나들 암만 이뻐도 울 행님 그 웃음 맨키야 하겠능교.
뭐시 이리도 급히 살았는지 내도 모르요.
참말로 문디 같은 세월이니더.
제수씨요,
무심한 기 마 세월이니더.
우예든동 한 잔 하시더…….
- 시집『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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