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푸른하늘sky 2019. 5. 4. 21:10

여름 숲에서.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Ralf Bach / Friendly Summer's Day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 오세영  (0) 2019.05.05
환희 / 조인자   (0) 2019.05.05
문 / 조향미   (0) 2019.05.04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 박노해   (0) 2019.05.04
각시붓꽃 - 김종태   (0) 2019.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