戒急用忍

어떤 행복

푸른하늘sky 2008. 5. 10. 16:30

오늘 아침

토요일이라 좀 늦게 일어난 아들녀석이 하는 말

"아부지! 찜질방으로 목욕하러 가까요?"

"그러까"

나도 뭔가 개운하고 가뿐해지고 싶은 참이었다.
아들녀석은 올해 1월달에 제대하고,학교로 간 복학생이다. 

사실
아들놈하고 같이 목욕한 것은, 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경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는 어째 같이 가지 않으려 해서 그냥 그렇게 지내왔었다.
그런데 목욕가자하니 언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별일이네'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서니 상쾌한 바람과 햇살이...
아!5월의 태양은 찬란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녀석은 5월의 신록마냥 싱싱하고 풋풋하게 보였다.제 눈에 안경이겠지만,,,

목욕탕으로 들어서면서 한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나도 쉬는 날 아들놈 데리고 목욕하러 가는게 평생 소원이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그는 연속으로 딸 둘을 낳고,
마지막 아들 하나 얻어보자고 시도한 것이 세 번째도 딸을 낳고 말았다.
그 언젠가 길에서 만났을 때, 
어린 아들하고 목욕가는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를 기억하고 있다.

목욕탕은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 다 큰 아들녀석의 벗은 모습을 수년만에 처음으로 힐끔힐끔보고서
제 아비를 꼭 닮은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다.
온탕, 냉탕 한 참 풍덩거리고 나니
녀석이 등을 밀어 주겠다고 했다.
등을 녀석에게 내어 주며 돌아 앉는 순간 흐뭇함이..

사람이 제일 즐겁고 흐뭇한 때가
가뭄 이후 내린 비에 내논에 물댈때와, 맜있는 음식을 자식에게 먹일 때라고 한다
오늘 나는 그 즐거움에 하나를 더한다면
그것은
성년이 된 아들놈하고 같이 목욕하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라고..

목욕 후 집으로 들어서며 아들녀석이 하는 말

"출출한데 짬뽕이나 한 그릇 때릴까요?"

"그러자!"

집어 든 광고전단지 "맛있는 장터" 를 펼치니
"포석정"
중국집 이름이었다.

정말 국물이 끝내줬다.
짬뽕 한 그릇으로 행복한 하루다.


********



경주,포석정/한도훈

온통 산불에 끄을린
산죽을 헤치며
경주 남산을 둘러보고 내려와
삼백원 내고 들어간
포석정에 앉아
향춤에 취해 술잔을 돌리다가
견훤의 칼에 맞아 죽은
경애왕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거기 포석정이죠?
짬봉 두 그릇 배달되나요?
그 소리에 놀라
미루나무 끝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경주 남산을 입에 물고
시내 쪽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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