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눈먼 꿩 / 고영민

푸른하늘sky 2017. 12. 18. 04:00


 
눈먼 꿩 / 고영민

학교 갔다 오는 길에 꿩 새끼 하나를 잡았다
집으로 오니 아버지가
굼뜬 네가 어떻게 그 빠른 꿩 새끼를 잡았냐며
이리 한번 줘봐라 한다
꿩 새끼를 건네니
에그, 이 거 눈먼 꿩이네 한다
어머니가 옆에 있다가
어디 줘 봐요, 하더니
맞네! 눈먼 꿩이네 한다
내 보기에는 두 눈 멀쩡히 뜨고 있는데
눈먼 꿩이라 한다
학교 갔다 온 큰형도, 둘째형도, 누나도 모두
눈먼 꿩이라 한다
참, 딱한 눈먼 꿩이라 한다
다음날 아침, 할 수 없이
들깨밭 옆에 눈먼 꿩을 고스란히
놓아 주고 오니
아버지도 웃고, 어머니도 웃고,
큰형, 둘째형, 누나도 웃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The Cuckoo Waltz - J. E., Jonas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