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찬 꽃 / 정약용

푸른하늘sky 2017. 12. 17. 18:25



찬 꽃 / 정약용

綠漪吹緊夕陽風 초록 물결 저물녁 바람에 일렁이고
熠熠寒花隱草中 환한 국화꽃은 풀 덤불에 숨어있네.
莫怪村童拈蟋蟀 귀뚜라미 잡는 촌아이들 괴이타 하지말라
指揮原有釣魚翁 낚시하는 늙은이가 시켜 하는 일이라네.

녹의(綠漪): 초록빛 잔 물결. / 습습(熠熠):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 / 한화(寒花): 찬 꽃.
여기서는 가을 들국화. / 념(拈): 잡다. 집다. / 실솔(蟋蟀): 귀뚜라미.


저물녘 스산한 바람에 방죽의 푸른 수면이 바짝 긴장한다. 바람이 풀더미를 헤집을 때마다
볕을 받은 들국화가 반짝반짝 빛난다. 꼬맹이들은 귀뚜라미를 잡겠다고 풀섶을 헤맨다. 제가
무얼 안다고 저 애끊는 소리를 못 울게 할려구? 그게 아니라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운 할아버
지가 고기 낚을 미끼로 쓰려는 심산이다. 가을 해가 뉘엿한 으스름, 물위를 한번씩 훑는 바람
의 그림자. 보석처럼 반짝이다 금세 묻히는 찬 꽃. 곧 어둠이 내리고 이슬이 돋겠지. 할아버지
따라 아이들도 돌아가고 나면, 숨죽였던 귀뚜라미들이 일제히 울 것이다. 내 마음에도 어느새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이은미 / 가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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