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헤겔(G.W.F Hegel)에 의해 사용된, 즉자적(卽自的, an sich)과 대자적(對自的 fursich)이라는 말은 서로 대비적으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자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그 자체로 있는' 것이어서, 주관적이고 감각적이고 고립적입니다. 따라서 고립적이고 오직 자기 자신에만 매몰되어 전혀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고, 동물적 태도와 수준이기도 합니다. 대자적이란 것은 말 그대로 '무엇에 대해서' 또는 '무엇을 위해서' 있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주관적인 자기 자신까지도 거리를 두어 객관화시켜 반성하고 관찰하고 인식하는 경지를 의미하며 곧, 이성적인 경지이고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본능만 있는 동물과 구분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헤겔에 따르면 인간의 단계도 즉자적인 존재와 대자적인 존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즉자적 존재는 인식하는 주관에 대해서 아직 발현되지 않는 ‘잠재태'이고 또한 자기 자신에에 대해 반성적 관계가 결여되었다는 뜻에서 ‘무자각태(無自覺態)’라는 의미도 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갖지 않고 그 자체로서 고립적으로 있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즉자적 존재는 논리 전개의 가장 낮은 단계로, 대립이 아직 잠재되어 발전되지 않은 존재입니다.
대자적 존재(對自的 存在)는 즉자적 존재와 대립되는 개념인데, 예컨대 '아픔'이라는 느낌 자체만 있다면 본능적이고 즉자적 존재이지만 그 '아픔'이라는 느낌을 대상화하여 생각할 수 있다면, 반성적이고 대자적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즉 대자적 존재는 즉자적 존재에서는 할 수 없었던 '자신을 대상화하고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높은 수준의 존재입니다.
즉자와 대자/ 즉자적인 것과 대자적인 것
즉자(또는 즉자적인 것)와 대자(또는 대자적인 것)는 헤겔 철학에서 역사의 변증법적 과정을 해명하는 데 사용되는 개념쌍이다. '즉자'란 사물이 직접 드러난 현상이나 존재, 실체를 가리키며, 대자는 그 실체에 대한 객관화를 통해서 인식되는 행위이자 주체화되는 상태로서 변증법적 지양을 거쳐 개념화된 인식된 상태를 가리킨다. 헤겔 철학에서 변증법적 지양의 과정은 사물이 직접 드러난 현상인 즉자가 다른 것과 교섭하면서 자기의 자립성을 잃게 되는 대타로 발전하고 지양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자기 자신과 관계함으로써 자기를 회복하는 단계인 대자로 발전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렇게 보면, 즉자는 다른 존재와의 연관에 따라 규정되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미발전, 미성숙한 상태를 가리키는 직접태이자 잠재태로서 자기에 대한 반성적 관계가 결여된 상태라는 뜻에서 '무자각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즉자가 다른 것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존재의 전환은 대자로의 전환이기도 하지만 실체에서 주체로의 전환이며, 의식의 대상에서 자기의식의 대상으로 전환되는 개념화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은 이같은 변증법의 토대를 미학에 적용하여 예술의 범주를 설정함으로써 사회학적으로 기반한 예술학과 문예학으로 확장시킨다. 그의 미학은 예술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 중심을 이루는 예술들의 철학을 위한 체계적인 설계이다. 그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예술의 아름다움이란 "헛된 주관적 표상"이 아니라 "감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속에서 실현된 이념", "이념의 감각적인 가상화"이다. 그는 예술이라는 "참된 이념상은 무규정적이고 오로지 내면적인 것에서는 존립하지" 않기 때문에 주객의 변증법, 인간적 실천을 거쳐서 모든 예술의 근거와 미적 내용을 결정한다고 본다. 그러한 점에서 예술은 주관과 객관의 과정적인 변증법적인 운동의 표현 형식이다. 또한 "예술의 목적은 일상적인 현상의 내용을 벗겨내는 것이며 즉자대자적으로 이성적인 것을 전신적인 활동을 매개로 하여 내부로부터 끄집어내어 진정한 외부적 형상으로 현출시켜 창조해 내는 것"(『미학』 1권)에 있다고 말한다.
헤겔의 미학을 관통하는, '예술은 절대정신'이며 '객관정신'이라는 명제는 예술적 실천으로서 작품 생산의 과정이 즉자대자적 인식 전환의 끝없는 변증법적 과정임을 말해준다. 예술화 과정에 깔려 있는 '절대정신의 구현'이라는 헤겔의 미학적 관점은 '객관정신에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의 대자화'가 바로 예술이라는 의미를 만들어내고, 좀더 넓혀 보면 예술화의 과정을 즉자에서 대자로의 인식 전환과정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헤겔의 변증법적 인식에 바탕을 둔 즉자와 대자의 개념쌍은 미학 또는 문학연구 일반에 적용되면서 좀더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즉자와 대자의 개념을 원용하여 문학과 사상 일반에서 사용되는 비평적 술어는 변증법적 인식논리에 기초하여 작가연구나 작품 해석에 폭넓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즉자와 대자의 개념은 반드시 철학의 자장 안에만 갇히지 않고 '미발전의 존재 양태에서 자립성을 잃는 대타적인 관계를 거쳐 자기 자신과의 진전된 관계를 이루는 대자적 상태로의 전환을 거치는 과정'에 대한 주목하는 분석의 틀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유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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