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 이근대

푸른하늘sky 2019. 6. 17. 17:10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 이근대


엿가락처럼 늘어져 집에 들어온다.
별을 품고 나갔다가
어둠을 짊어지고 녹초가 된 아버지
베란다로 나가 혼자서 담배를 피운다 .

한 개비의 담배를 깨물다가
새가 떠난 창밖의 나무가지처럼 아버지의 눈빛이 떨린다.
누가 아버지의 꿈을 훔쳐 갔을까

창밖의 나무는
뼈 빠지게 악악거리고
바람은 거침없이 몰아친다.

아버지가 내뱉은 담배 연기는 창밖으로 뛰쳐나가
물거품이 된 꿈처럼 허공으로 소리없이 사라지고
바람에 시달리는 나뭇잎은 추락 직전의 구조조정같다.

따뜻한 밥상 앞에 앉아
밥 대신 눈물 젖은 소주를 마시는 아버지
속이 얼마나 탓을까

소주가 입으로 들어가자
못다한 열정이 눈에서 뜨겁게 쏟아졌다.

아버지의 심장 한 복판에 앉아
아버지의 아픈 가슴을 말없이 듣고있는 나는
아들의 아들 그 아들에게까지
아버지의 뜨거운 술잔을 이야기할 것이다.












Sensizlik / Candan Erce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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