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學笛

서산에 일모하니 -이명한

푸른하늘sky 2019. 5. 15. 23:22

107.서산에 일모하니 -이명한


서산(西山)에 일모(日暮)하니 천지(天地)에 가이없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니 임 생각 새로워라.

두견(杜鵑)아, 너는 누를 그려 밤새도록 우나니.


(주)1)가이; 끝이. 2)누를; 누구를. 3) 우나니; 우느냐.



108.꿈에 다니는 길이 -이명한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 곧 나량이면

임의 집 창(窓)밖이 석로(石路)라도 닳으련마는

꿈길이 자취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주) 1)나량이면; 날 것 같으면. 2) 석로; 돌길.


*이명한(李明漢); 1595(선조 28)-1645(인조 23). 조선의 문신. 호는 백주(白洲), 본관은 연안. 벼슬이 예조 판서에 이르렀음. 성리학에 조예가 깊고, 시와 글씨에 뛰어났음. 병자호란 때 척화파로 심양에 잡혀갔던 의분을 노래한 6수가 전함.



109.금준에 가득 술을 -정두경


금준(金樽)에 가득한 술을 슬카장 기울이고

취한 후 긴 노래에 즐거움이 그지없다.

어즈버, 석양(夕陽)이 진(盡)타 마라 달이 좇아 오노매.


(주) 1)금준; 술을 담은 좋은 단지. 2)슬카장; 싫도록. 실컷. 3)어즈버; 아!. 4) 진타;

다했다. 끝났다. 5)오노매; 오노매라. 오는구나.


* 작자가 홍만종 집에서 여러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불렀다고 함.


*정두경(鄭斗卿); 1597(선조 30)-1673(현종 14).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동명(東溟), 본관은 온양. 이항복의 문인. 별시 문과에 장원, 벼슬이 홍문관 제학(종2품) 이르렀음. 시문과 서예에 뛰어났음. 대제학에 추증.



110.술을 취케 먹고 -정태화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億萬)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주) 두렷이 앉았으니; 여럿이 둥글게 둘러앉았으니.


*정태화(鄭太和); 1602(선조 35)-1673(현종 14). 조선의 문신. 호는 양파(陽坡), 본관은 동래.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음.



111.청춘에 곱던 양자 -강백년


청춘에 곱던 양자(樣子) 임으로야 다 늙었다.

이제 임이 보면 날인 줄 알으실까.

진실로 날인 줄 알아보면 고대 죽다 설우랴.


(주) 1)양자; 모양. 모습. 2)임으로야; 임으로 말미암아. 3)늙거다; 늙었다. 4)고대; 금방.


*강백년(姜栢年); 1603(선조 36)-1681(숙종 7). 조선의 문신. 호는 설봉(雪峰), 본관은 진주. 정시 문과에 급제, 좌참찬(정2품)에 이르렀음. 영의정에 추증.



112.임이 헤오시매 -송시열


임이 헤오시매 나는 전혀 믿었더니

날 사랑하던 정을 뉘에게 옮기신고

처음에 뮈시던 것이면 이대도록 설우랴.


(주) 1)헤오시매; 헤아려 주시매. 뜻을 알아주시기에. 2)뮈시던; 미워하시던. 3)이대도록; 이다지도.


*송시열(宋時烈); 1607(선조 40)-1689(숙종 15).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우암(尤庵). 본관은 은진(恩津). 김장생, 김집의 문인. 생원시에 1등으로 합격, 천거로 여러 벼슬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음. 왕세자(경종)책봉을 반대하다가 제주도에 귀양, 상경도중 사사되었음. 일생을 주자학 연구에 몰두한 거유(巨儒)로 예론(禮論)에 밝았으며 뛰어난 학식으로 많은 학자를 길러냈음. 글씨는 대자를 잘 썼음. 그의 많은 저서는 <송자대전(宋子大全)>에 수록되어 있음.



113. 청강에 비 듣는 소리 -효 종


청강(淸江)에 비 듣는 소리 긔 무엇이 우습관대

만산(萬山) 홍록(紅綠)이 휘두르며 웃는 고야.

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리 웃을 대로 웃어라.


(주)비 듣는; 비 떨어지는. 2) 우습관대; 우습기에. 3)만산 홍록; 산에 가득한 꽃과

풀(잎). 4)휘두르며; 제멋대로.



114.청석령 지나거냐 -효종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초하구(草河口) 어디메오.

호풍(胡風)도 참도 찰사 궂은 비는 무슨 일고.

뉘라서 내 행색(行色) 그려다가 임 계신 데 드릴꼬.


(주)1)청석령, 초하구; 평북 의주 부근에 있는 지명. 효종이 심양(瀋陽)으로 잡혀 갈

때, 지나 간 곳. 2)지나거냐; 지났느냐. 3)호풍; 오랑캐 땅에서 부는 바람. 4)참도 찰사 ; 차기도 차구나. 5)임; 부왕인 인조.


*효 종(孝 宗);1619(광해군 11)-1659(효종 10). 조선 제 17대 왕. 봉림대군에 봉해졌을 때, 병자호란으로 형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 볼모로 잡혀가 8년 동안 있었음. 청나라에 원한을 품고 이를 설욕하고자 북벌(北伐)을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음.



115.세상 사람들이 -인평대군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고야.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 고치과저.


(주) 1)성하여서; 살아있어서. 2)보거라 말고; 보려고 하지말고.


*인평대군(麟坪大君); 1622(광해군 14)-1658(효종 9). 조선 효종의 아우. 병자호란의 비분을 읊은 시가 전하며, 글씨와 그림에 모두 능했음.



116.초당에 깊이 든 잠을 -이화진


草堂에 깊이든 잠을 새소리에 놀라 깨니

梅花雨 갓 갠 가지에 夕陽이 거의로다.

아희야 낚대 내어라, 고기잡이 늦었다.


(주) 1)매화우; 음력4-5월에 오는 비. 2) 갓 갠; 금방 갠. 3) 거의로다; 다 기울어 가도다. 4)낚대; 낚싯대.


*이화진(李華鎭); 1626(인조 4)-1696(숙종 22). 조선의 문신. 호는 묵졸재(默拙齋), 본관은 여주. 정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우부승지(정3품)에 이르렀음.



117.동창이 밝았느냐 -남구만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긔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주) 1)노고지리; 종달새. 종다리. 2) 우지진다; 우짖는다. 3) 치는; 기르는. 4)상긔; 아직. 5) 일었느냐; 일어났느냐. 6)하느니; 하느냐.


*남구만(南九萬); 1629(인조 7)-1711(숙종 37). 조선의 문신. 호는 약천(藥泉), 본관은 의령. 송준길의 문인. 사마시를 거쳐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음. 문사(文詞). 서화(書畵)에 뛰어났음.



118.감장새 작다 하고 -박태보


감장 새 작다하고 대붕아 웃지 마라.

九萬里 長天을 너도 날고 저도 난다.

두어라, 일반 飛鳥니 네오 긔오 다르랴.


(주) 1)감장새; 굴뚝새. 빛이 검고 몸집이 작음. 2)일반 비조; 다 같은 날 새. 3)네오 긔오; 너나 그거나 .


*이 택(李 澤); 1651(효종 2)-1719(숙종 45). 조선의 무신. 벼슬이 평안도 병마절도사(종2품)에 이르렀음.



119. 흉중에 불이나니 -박태보


흉중(胸中)에 불이나니 오장(五臟)이 다 타간다.

신농씨(神農氏) 꿈에 보아 불 끌 약 물어보니

충절(忠節)과 강개(慷慨)로 난 불이니 끌 약 없다 하더라.


(주) 1)신농씨; 중국 고대 제왕의 이름. 농사와 제약을 가르쳤다 함. 2)강개; 의분.


*박태보(朴泰輔); 1654(효종 5)-1689(숙종 15). 조선의 문신. 본관은 반남. 알성문과에 장원, 이조좌랑. 암행어사 등을 역임했음. 인현왕후의 폐위를 극력 반대하다가 심한 고문을 당하고 죽었음. 영의정에 추증.



120.벼슬을 저마다 하면 -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김창업(金昌業); 1658(효종 9)-1721(경종 1). 조선의 문신. 호는 노가재(老稼齋), 본관은 안동. 영의정 김수항의 4남. 영의정 김창집의 아우. 도학,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음. 그림에도 뛰어났음.



121.춘풍 도이화들아 -김유기


춘풍(春風) 도리화(桃李花)들아, 고운 양자 자랑 말고

장송(長松) 녹죽(綠竹)을 세한(歲寒)에 보려무나

정정(亭亭)코 낙락(落落)한 절(節)을 고칠 줄이 있으랴.


(주) 1)녹죽; 푸른 대나무. 2)세한; 음력 연말 무렵의 추위. 3)정정코 낙락한 절; 정정하고 높은 절개.


*김유기(金裕器); 조선 숙종 때의 명창. 시조를 잘 했으며 김천택과 교분이 두터웠음.



122.말하면 잡류라 하고 -주의식


말하면 雜類라하고 말 않으면 어리다 하네.

貧寒을 남이 웃고 富貴를 새우는데

아마도 이 하늘 아래 사롤 일이 어려왜라.


(주) 1)잡류; 잡된 무리. 2)어리다; 어리석다. 3)새우는데; 시샘하는데. 4)사롤; 사뢸. 즉 말할. 또는 살게 할. 5)어려왜라; 어렵구나.


*주의식(朱義植); 조선 숙종 때의 가인. 호는 남곡(南谷). 숙종 때 무과에 급제, 칠원 현감을 지냈음.



123.자네 집에 술 익거든 -김성최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해 옴세.

백년(百年) 덧 시름 잊을 일을 의논(議論)코자 하노라.


(주) 1)부르시소; 부르시오. 2)백년 덧; 백년 동안.


*김성최(金盛最); 조선 숙종 때의 문신. 호는 일로당(佚老堂), 본관은 안동. 진사시에 합격, 1683년(숙종 9) 단양군수에 이어 내외직을 역임. 통정대부로 목사(정3품)에 이르렀음.



124.쥐 찬 소리개들아 -구지정


쥐 찬 소리개들아, 배부르다 자랑마라.

청강(淸江) 여윈 학(鶴)이 주리다 부럴소냐.

내 몸이 한가(閑暇)하여마는 살 못 찐들 어떠리.


(주) 1)쥐찬; 쥐를 잡아 찬. 2) 소리개; 솔개. 3) 부럴소냐; 부러워할 소냐. 4)한가하여 도; 한가하고서는. *청빈을 내세우고 부패를 풍자한 시조.


*구지정(具志禎);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시인. 본관은 능성(綾城). 남구만의 추천으로 임용되어 공주, 황주 등의 목사를 지냈음.



125.옥에 흙이 묻어 -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다 흙만 여기도다.

두어라, 흙이라 한들 흙일 줄이 있으랴.


*윤두서(尹斗緖); 1668(현종 9)-? . 조선의 문인. 화가. 호는 공재(恭齋), 본관은 해남. 진사시에 합격, 시문에 능했고, 동식물, 인물 등을 잘 그렸음. 현재(玄齋) 심사정, 겸재(謙齋) 정선과 함께 삼재(三齋)라 불림.



126.대동강 달 밝은 밤에 -윤 유


대동강(大洞江) 달 밝은 밤에 벽한사(碧漢 ) 띄워두고

연광정(練光亭) 취한 술이 부벽루(浮碧樓)에 다 깨거다.

아마도 관서 가려(關西 佳麗)는 예뿐인가 하노라.


(주) 1)벽한사; 신선이 타는 배.'벽한'은 푸른 하늘과 은하수, 곧 하늘을 뜻함.

2) 깨거다; 깨었다. 3)관서 가려; 관서 지방의 좋은 곳.



127.청류벽에 배를 매고 -윤 유


청류벽(淸流壁)에 배를 매고 백은탄(白銀灘)에 그물 걸어

자 남은 고기를 눈살 같이 회쳐 놓고

아희야 잔(盞) 자로 부어라, 무진(無盡)토록 먹으리라.


(주)청류벽; 평양 을밀대 근처에 있는 긴 석벽. 2)백은탄; 평양 능라도 근처에 있는

여울. 3)자남은; 한 자가 넘는. 4)눈살같이; 흰 살같이. 5)자로; 자주.


*윤 유(尹 游); 1674(현종 15)-1737(영조 13). 조선의 문신. 호는 만하(晩霞), 본관은 해평. 생원으로 정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예조판서에 이르렀으며, 당대의 명필로 이름을 떨쳤음.

 


128.헌 삿갓 짧은 도롱 -조현명


헌 삿갓 짧은 도롱 삽 짚고 호미 메고

논둑에 물 보리라, 밭 기음이 어떻더니.

아마도 박장기(朴杖棋) 보리술이 틈 없는가 하노라.


(주)1) 도롱; 도롱이. 2)기음; 잡초. 3)어떻더니; 어떠하더냐. 4)박장기; 박 조각으로

만든 장기. *농번기에 할 일이 많아서 장기 두고 술 마실 겨를이 없음을 노래하였음.


*조현명(趙顯命); 1690(숙종 16)-1752(영조 28). 조선의 문신. 호는 귀록(歸鹿). 본관은 풍양(豊壤). 진사로 증광 문과에 급제, 어려 내외직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음. 탕평책을 지지, 영조의 정책 수행에 적극 협조했고, 청렴한 생활로 일관했으며, 효행으로 정문이 세워졌음.



129.늙고 병든 정은 -김수장


늙고 병든 정(情)은 국화(菊花)에 붙여 두고

실같이 허튼 수심 묵포도(墨葡萄)에 붙여 두고

귀밑에 흩나는 백발은 일장가(一長歌)에 붙였노라.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 이명한(133)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 이슬에 베잠방이 다 젖거다

아희야 시절이 좋을새면 옷이 젖다 관계하랴

-이명한

 

 

 

<현대어 풀이>

샛별이 사라지니 날이 밝은지라

종달새가 지저귀며 하늘 높이 떠오른다

호미를 메고 사립문을 나서니 자라난 수풀에 맺힌

아침의 찬 이슬이 떨어져서 베잠방이가 다 젖는구나!

아이야! 시절이 태평하고 좋기만 하면,

그깟 옷이 좀 젖은즐 무슨 상관이겠느냐?

 

<감 상>

농촌 생활의 즐거움이 생동한다. 명랑, 경쾌하기 이를 데 없는 주옥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특히 종장의 감칠맛 나는 구절은 그 얼마나 좋은가?

 

이명한[李明漢1595-1645]

조선의 문신이다. 자는 천장(天章), 호는 백주(白洲), 본관은 연안이다. 부친은 좌의정을 지낸 월사 이정귀이며 모친은 예조판서 권극지의 딸 안동 권씨이다

1616년(광해군 8년)에 대과에 급제하여 승문관정자·성균관전적·공조좌랑 등을 지냈다. 인조가 즉위하자 명문의 자제라 하여 경연 시독관이 되었고, 이괄의 난 때는 왕을 모시고 공주로 피란하였다. 1645년 명나라와 몰래 서신 교환을 했다 하여 청나라에 잡혀 갔다가 돌아온 후, 예조판서를 지냈다.

그는 인품이 온유하고 성리학에 밝았으며 시와 글씨에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이명한의 인품을 전하는 한 일화가 있다. 병자호란 당시 모친을 모시고 강화도로 피난갔는데 섬이 적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때마침 한양에서 서로 안면을 익힌 한 사대부가 자신의 식솔들을 데리고 배에 올라 섬을 빠져나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명한은 자신은 죽어도 좋지만 늙은 노모를 모시고 가달라고 애원했지만 보기좋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난리가 끝난 뒤 친척들이 이 사실을 알고 그 몰인정한 작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나, 이명한은 그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렸다며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병자호란 때, 화의를 반대했다가 선양까지 잡혀갔던 울분을 노래한 시조 6수가 전한다.

저서-<백주집>

아버지 이정귀와 자신 그리고 큰아들 이일상이 나란히 대제학이 되어 조선 최조의 3대 문형이라는 큰 업적을 남겼다. 이명한의 후손들은 수많은 정승판서를 배출하며 조선 제 1의 명문가로 거듭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