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잡초비빔밥 - 고진하

푸른하늘sky 2019. 4. 18. 11:20

잡초비빔밥 - 고진하
 
흔한 것이 귀하다.
그대들이 깔보는 풀들을 뜯어
오늘도 풋풋한 자연의 성찬을 즐겼느니.
흔치 않은 걸 귀하게 여기는 그대들은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숱한 맛집을 순례하듯 찾아다니지만,
나는 논밭두렁이나 길가에 핀
흔하디흔한 풀들을 뜯어
거룩한 한 끼 식사를 해결했느니.
신이 값없는 선물로 준
풀들을 뜯어 밥에 비벼 꼭꼭 씹어 먹었느니.
흔치 않은 걸 귀하게 여기는 그대들이
개망초 민들레 질경이 돌미나리 쇠비름
토끼풀 돌콩 왕고들빼기 우슬초 비름나물 등
그 흔한 맛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너무 흔해서 사람들 발에 마구 짓밟힌
초록의 혼들, 하지만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
바람결에 하늘하늘 흔들리나니,
그렇게 흔들리는 풋풋한 것들을 내 몸에 모시며
나 또한 싱싱한 초록으로 지구 위에 나부끼나니. 







 
Ralf Bach / Friendly Summer'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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