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사람을 얼마나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의 설익은 생각은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의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그져 묵묵히, 담담하고 싶어진다.
- 유안진 / '그리운 말 한마디' 중에서
Nicolas Jeandot / Matin Calme (고요한 아침)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 - 박라연 (0) | 2019.04.16 |
---|---|
쪽동백/박철연 (0) | 2019.04.15 |
먼 곳 - 문태준 (0) | 2019.04.13 |
바람처럼 나그네 되어 ... 허윤정 (0) | 2019.04.13 |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 - 오광수 (0) | 2019.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