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事成語

博而不精/박이부정

푸른하늘sky 2019. 3. 13. 10:04

박이부정(博而不精)

- 널리 알지만 정밀하지 못함

[넓을 박(十/10) 말이을 이(而/0) 아닐 불, 부(一/3)

정할 정(米/8)]


아는 것이 힘이라 했으니 널리 알수록 모든 일에 유리할 터다.

두루 알지만(博而) 세세한 분야까지는 정밀하게 알지

못한다(不精)는 것이 이 성어다.


널리 아는 사람이 博士(박사)의 본뜻이지만 실제는 어느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 많이 아는 사람이다.

 博學多識(박학다식)인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분야에 모두

통달했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럴 때는 精而不博(정이불박)이 된다. 老子(노자)가 이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고, 모든 일에 다 통한다는 사람은 도리어

아무 것도 모른다


(知者不博 博者不知/ 지자불박 박자부지).’ 많이 알고도

요령이 부족하면 博而寡要(박이과요)라 한다.


後漢(후한) 초기의 유명한 경학자 鄭衆(정중)은 유학의

경전을 깊이 연구하여 명성이 자자했다.


光武帝(광무제) 때 태자가 그를 존경하여 가까이

하려 했으나 사사로이 빈객과 내왕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2대 明帝(명제) 때는 匈奴(흉노)에 사신을 갔다가

배례를 않는다고 억류되었어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강직함으로 모두의 존경을 받았고 관직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경서 연구에 몰두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여러 경전을 가르치면서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

대한 주석을 편찬했다.


같은 시대에 유명한 학자인 賈逵(가규, 逵는 길거리 규)도

주석을 가한 책을 완성하자 두 종류의 주석서가

화제가 되어 빠르게 전파되었다.


지조 없이 옮겨 다녔지만 이름 높은 유학자로 많은

제자를 길러낸 馬融(마융)이 자신도 여러 경서를 주석했고

左傳(좌전)도 준비하고 있었다. 먼저 나온 정중과 가규의

 저작을 읽은 마융이 이렇게 평가했다.


 ‘가규의 주석은 세밀하나 넓지 못하고, 정중의 주석은

 넓으나 정밀하지 못하다

(賈君精而不博 鄭君博而不精/ 가군정이불박 정군박이부정)

.’ 마융은 이 두 책을 합치면 정밀하고 넓게 되니 다시

 책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후한서’ 마융전에 실려 있다.


폭넓게 지식을 넓혀야 한다며 책을 읽을 때는 많아야한다고

 汗牛充棟(한우충동)을 권했다.

소가 옮길 때 땀을 흘리고 대청에 가득하도록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 많은 책이 있다 해도 훑기만

해서는 깊이 알 수가 없다.


어느 분야에 깊이 아는 박사가 아무 곳이나 지식을

판다고 해서 군사정권 때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여사‘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많은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문을 실천하는데

어떤 길이 바른가도 잘 판단해야겠다.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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