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정거장 - 김명인
집들도 처마를 이어 키를 낮추는
때절은 국도변 따라 한 아이가 간다
그리움이여, 마음의 정거장 저켠에 널 세워 두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면
저기 밥집 앞에서 제재소 끝으로
허술히 몰려가는 대낮의 먼지바람
십일월인데 한겨울처럼 춥다
햇볕도 처마밑까지는 따라들지 않아
바람에 구겨질 듯 펄럭이는 이발소 유리창 밖에는
노박으로 떨고 선 죽도화 한 그루
그래도 피우고 지울 잎들이 많아 어느 세월
저 여린 꽃가지 단풍들고
한 잎씩 저버리고 가야 할 슬픔인 듯
잎잎이 놓아 버려 텅 비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