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얼음옷 -고영민

푸른하늘sky 2018. 1. 31. 10:38




얼음옷 -고영민


미처 거두지 못한 배추들이

추레한 행색으로 겨울밭 한가운데 앉아 있다

옷을 몇 겹이나 껴입었는지

누렇게 해진 옷 속으로 또 몇 겹의

낡은 옷이 얼비친다

누더기를 벗겨본다

한 겹, 두 겹, 세 겹, 네 겹

몸은 얼어 있고

옷은 종잇장처럼 얇아져 있다

삼동(三冬)을 나기 위해 배추는 지난가을부터

푸른 잎사귀의 옷을 껴입었다

머리띠를 둘렀다

남의 옷을 벗겨가는 종자(種子)는

인간뿐이다

배추 속 한가운데 어린 배추가

목숨처럼

웅크리고 있다




             









Serenade - Jim Brick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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