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그 무엇으로도 / 이병률
눈은 내가 사람들에게 함부로 했던 시절 위로 내리는지 모른다
어느 겨울밤처럼 눈도 막막했는지 모른다
어디엔가 눈을 받아두기 위해 바닥을 까부수거나
내 몸 끝 어딘가를 오므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피를 돌게 하는 것은 오로지 흰 풍경뿐이어서
그토록 창가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애써 뒷모습을 보이느라 사랑이 희기만 한 눈들, 참을 수 없이
막막한 것들이 잔인해지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비명으로 세상을 저리 밀어버리는 것도 모르는 저 눈발
손가락을 끊어서 끊어서 으스러뜨려서 내가 알거나 본
모든 배후를 비비고 또 비벼서 아무것도 아니며
그 무엇이 되겠다는 듯
쌓이는 저 눈 풍경 고백 같다, 고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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