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야 / 이제하
시집 가서 늙어버린 계집애가 오거든
아주 처음 만난듯이 오래오래
입을 맞추리
설운 그늘 떨어지는 여윈 어깨의
그 조그만 머리를 꼭 껴안고
희푸른 창 곁으로 웃으며 가리
비뚤어져 내리는 우리 검은 입술은
보리차나 끓이어 바로 적시고
골목 마다 바알간 불을 올려달면서
‘그립다’ 소근대는 처녀애들은
구둘목에 불그우레 살찌게 두고
눈 온다! 눈 온다! 소리 질러라
늙은 사랑아
시집 가서 쬐그매진 계집애가 오거든
그 주름살 자리마다 입을 맞추고
눈 그쳐 뜨는 새벽별 같이
눈 그치고 떠오르는 새벽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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