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선(行禪)/ 윤제림
신문지 두 장만 한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는,
노인은 종일 산이나 본다
하늘이나 본다
손바닥으로 물건 한번 쓸어보지 없고
딱한 눈으로 행인을 붙잡지도 않는다
러닝셔츠 차림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채질이나 할 뿐.
그렇다고 아무 말도 없는 것은 아니다
발치에다 이렇게 써놓았다
“물건을 볼 줄 알거든,
사 가시오.”
나도 그런 물건을 팔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장사를 그렇게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중앙일보,문예중앙,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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