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삶은 감자 / 안도현

푸른하늘sky 2017. 12. 18. 01:14


삶은 감자 / 안도현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지끈 감고 익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내주고, 김치 머리에 얹히면
빨간 모자 덮어 쓸 줄 알게 되었다
누구라도 입에 넣고 씹어봐라
삶은 감자는 소리지르지 않겠다고
각오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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