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어스름 / 하종오
우리 집에 오는 초어스름은
은행나무 우듬지에 다다라서
어디로 갈지 망설이다가
종일 괜히 안절부절못하는 나와 마주치면
까치집으로 쏙 들어갔다가
까치에게 쫓겨난 뒤
쥐똥나무 울타리에 내려앉아
앞뜰을 바라다보다가
다른 초어스름이 밀려오니
얼른 마당 구석으로 후다닥 옮겨 가다가
마가렛 환한 꽃들에게 붙잡혀 쩔쩔매자
풀들이 몰려와서 뒤란으로 빼내 가는데
내가 그 광경을 보는 사이
지붕 위에 맴돌던 또 다른 초어스름이
처마 끝에서 하르르 하르르 내려 퍼지니
마침내 우리 집에 밤이 오고
나는 마음 편안하였다
초어스름 (初---)
[명사] 해가 지고 어슴푸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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