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눈 먼 나무 이야기 / 함성호

푸른하늘sky 2017. 12. 18. 01:03


눈 먼 나무 이야기 / 함성호

하얀 호수가 보이는 타이가의 숲에서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살았습니다

하얀 호수에는 아무 것도 비출 수가 없어서
자작나무는 온 몸을 떨어 音을 찾았고
소나무는 상처를 향기로 만들었습니다

자작나무는 소나무의 향기가 좋았습니다
소나무는 자작나무의 노래가 좋았습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소나무는 향기로 시를 지었고
바람이 불때마다 자작나무는 몸을 흔들어 노래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자작나무는 향기로운 시에 눈멀고
날이 갈수록 소나무는 아름다운 노래에 눈멀었습니다

자작나무의 노래는 소나무를 하얀 호수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소나무의 향기는 자작나무의 뿌리를 만져주었습니다

향기가 짙어지고 노래가 다정할 수록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하얗게 하얗게 눈멀어갔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타이가의 숲에서
서로가 있는 아주 먼 곳을 짐작하며

눈 먼 나무 둘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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