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목백일홍 그늘 아래 / 손택수
병산서원 가자, 거기선
진 꽃들도 다시 핀다는구나
누군가 그랬지, 그늘이 가장 아름다운 나무를 꼽으라면
목백일홍을 들겠다고
가지 위에선 가질수 없는 연보랏빛 꽃방석에 앉아본 적이 있다면
석 달 열흘 제 그늘을 흔드느라 몸을 비트는 가지들을 이해하리
피는 꽃들과 지는 꽃들이 서로를 탐하다
피고 지는 경계마저 흐릿해진,
목백일홍은 죽어 몽글몽글 계집애의 젖꼭지 같은 멍울을
끝도 없이 매어다는 꽃
쉬지 않고 떨어져서 불멸을 사는 나무가 있다면
시든 빛깔로 꽃이 되는 나무가 있다면
병산서원 가자, 꽃 시절 다한 어느 저물녘
나는 목백일홍이 깔고 앉은 그늘 위에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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