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아, 24일 / 문태준

푸른하늘sky 2017. 12. 17. 16:23




아, 24일 / 문태준

이 지구에서 가장 높이 자란 저 먼 나라 삼나무는 뿌리에서 잎까지 물이 올라가는 데 꼬박 24일이 걸린다 한다

나는 24일이라는 말에 그 삼나무가 그립고 하루가 아프다
나의 하루에는 쏙독새가 울고 나비가 너울너울 날고 꽃이 피는데
달이 반달을 지나 보름을 지나 그믐의 흙덩이로 서서히 되돌아가는 그 24일
우리가 수 없이 눕고 일어 서고 울고 웃다 지치는 그 24일이 늙은 삼나무에게는 오롯이 하나의 小天이라니!
한 동이의 물이라니!

나는 또 하루를 천둥 치듯 벼락 내리듯 살아왔고
산그림자를 제 몸 안에 거두어 묻으며 서서히 먼 산이 저무는데
저 먼 산에는 물항아리를 이고 산고개를 넘어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는 샘물 같은 산골 아이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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