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현주소 / 이원규

푸른하늘sky 2017. 12. 17. 15:43



현주소 / 이원규

1.
주소 좀 불러주세요
예에, 구례군 문수골의 외딴집인데요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요?

매화나무 환한 그늘 아래
나의 눈썹을 스치는 바람의 현주소
행여 낡은 집이 무너지고
세상이 바뀌어도 끝끝내 변치 않을

북위 35도 12분 38초
동경 127도 31분 39초

상투적인 편지는 유실될지 모르니
꼭 한번 놀러 오세요 매화꽃
다 지기 전에 또 이사하기 전에

2.
뭐라구요, 너무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잘 못 찾겠다구요?

그 참, 벌 나비
북극성은 잘만 찾아오시는데

차라리 그대 마음의 현주소를
스리슬쩍 알려주신다면
아니 간 듯 내 먼저 낮달처럼 찾아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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