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萬里

그대를 위한 찻 잔/이영학

푸른하늘sky 2017. 12. 13. 22:23




그대를 위한 찻 잔/이영학


가슴에 엉긴
그리움의 송진을 거둬내어
향내나는 청솔불을 밝히고
여윈 달빛으로
한밤 내내 아궁이에 불지폈습니다.

산안개로 밀어오는 새벽
사윈 숯가마의 온기 채 가시지 않은
어둡고 깊은 가마속에서
그대를 위한 찻잔을 골라냅니다.

행여
아픔으로 금간 것 고르고
기다림에 지쳐 불에 댄 것 고르고
슬픔에 겨워 이지러진 것 고르고
허허로움에 뒤채여 상처난 것 골라
모두 다
내 아픔으로 부딪쳐 깨버립니다.

오직
푸른 달빛과 젖은 안개에도
맑은 이슬 고일 수 있는 찻 잔
그 하나만을 골라내며
모두 다 버립니다.

가슴에 지폈던 불도 식어
이젠 이슬로 우려낸 차 한 잔
그대를 위해 놓고 갑니다.




예전에는 봄에 만든 차를 보관하기 위해
불에 쬐어 말린 옹기 항아리와 죽순잎을 이용했다.
잘 다듬어 깨끗이 씻어 말린 죽순 잎으로
옹기 항아리의 안팎을 싼 다음
한지 봉투에 몇 번 먹을 분량의 녹차를
각각 포장해 항아리 안에 차곡차곡 쌓아 넣었다.
그 위에 다시 죽순 껍질을 덮고
기름종이로 다시 봉하였다고 하니 그 정성을 짐작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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