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문(憎蚊) - 다산 정약용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 猛虎咆籬根(맹호포리근)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 我能齁齁眠(아능후후면)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 脩蛇掛屋角(수사괘옥각)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 且臥看蜿蜒(차와간완연)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 一蚊譻然聲到耳(일문앵연성도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 氣怯膽落腸內煎(기겁담락장내전)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 揷觜吮血斯足矣(삽취연혈사족의)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 吹毒次骨又胡然(취독차골우호연) 삼베 이불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 布衾密包但露頂(포금밀포단로정)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네 / 須臾瘣癗萬顆如佛巓(수유외뢰만과여불전)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