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무논의 책 ― 이종암

푸른하늘sky 2020. 5. 26. 09:51

 

무논의 책 ― 이종암

 

아버지는 멋진 책을 잘 만들었다

봄과 여름 사이 오월의 논에 아버지

산골짝 물 들여와 소와 쟁기로 해마다

무논의 책 만든다

 

모내기 전의 무논은 밀서(密書)다

하늘과 땅이 마주보는 밀서 속으로

바람이 오고 구름이 일어나고

꽃향기 새소리도 피어나는 무논의 책

 

어머니 아버지 책 속으로 걸어가면

연둣빛 어린모가 따라 들어간다.

초록 치마를 펼쳐놓은 책 위로

하늘이 구름 불러 햇볕과 비를 앉히고

한철 또록또록 그 책 다 읽고나면

밥이 나왔다

무논의 책이 나를 키운다.

 

 

 

 

 

 

 

 

 

 

 

Families / Coyote Oldman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미자술 - 황동규  (0) 2020.05.30
비 맞는 아이 ― 서재환  (0) 2020.05.27
봄날도 환한 봄날 - 이종문  (0) 2020.05.24
빈배처럼 텅 비어 - 최승자  (0) 2020.05.19
학살2 - 김남주  (0) 202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