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안부 1 / 황지우

푸른하늘sky 2019. 7. 5. 01:49

 
안부 1 /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 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 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일까?
당신은 등산옷을 서랍장에 숨겨 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 하고 계셨다
나를 이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려진 머리카락을 벗겨 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우리 어머니가 좋아 하셨던 꽃...

내 어릴적 어머니의 화단에 늘 피어 있던 채송화다.

그 울긋불긋한 색들이 신기해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보던 기억이 새롭다.

 

여름이면 장에 갔다오시는 아버지의 손에는 늘 복숭아가 들려 있었다.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과일이다.

시원한 펌프물에 씻어 아삭한 복숭아를 가족이 같이 먹던 기억은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는 행복의 다른 이름이었다.

늙으신 어머니는 물렁한 복숭아를 찾으셨다.

이가 좋지못하니 아삭한 것은 엄두도 못내셨지...

그러나 지금은 안계시니 그 마저도 아련한 이야기가 되었다.

돌아 오는 추도일에는 물렁한 복숭아 몇 알 사야할 것 같다.








 

Mother Of Mine /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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