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라면을 먹는 아침/함민복

푸른하늘sky 2019. 4. 5. 08:24

사본 -가난한 사람들.jpg


라면을 먹는 아침/함민복 


프로 가난자인 거지 앞에서 나의 가난을 자랑하기엔
나의 가난이 너무 가난하지만  신문지를 쫙 펼쳐놓고
더 많은 국물을 위해 소금을 풀어  라면을 먹는 아침
반찬이 노란 단무지 하나인 것 같지만  나의 식탁은 풍성하다
두루치기 일색인 정치면의 양념으로  팔팔 끓인 스포츠면 찌개에
밑반찬으로   씀바귀 맛 나는 상계동 철거 주민들의
눈물로 즉석 동치미를 담그면 매운 고추가 동동 뜬다 거기다가
똥누고 나니까 날아갈 것 같다는   변비약 아락실 아침 광고하는 여자의
젓가락처럼 쫙 벌린 허벅지를  자린고비로 쳐다보기까지 하면
나의 반찬은 너무 풍성해  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 아침이면
매일 상다리가 부러진다












Loneliness / Fariborz Lachini(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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