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遠益淸

溪山無盡-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푸른하늘sky 2019. 2. 13. 15:09

 

계산무진(溪山無盡), 종이에 먹, 62.5x165.5, 간송미술관 소장

이 글씨는 계산(溪山) 김수근(金洙根;1798~1854)에게 써준 것이다. 계산은 끝이 없구나란 뜻이다.

 

김수근은 안동사람으로 자는 회부(晦夫), 호는 계산초로(溪山樵老)이다. 목사(牧使) 김인순(金麟淳)의 아들이다. 순조(純祖) 무자년(戊子)년에 진사(進仕), 갑오(甲午)년에 문과(文科)에 급제한 후 이조판서에 이르렀다.

두 아들 김병학고 김병국이 모두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 아우 김문근은 철종의 장인인 영은부원군이다.

추사가 쓴 작품 중에서 공간 운영이 뛰어나고 문자 조형성이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다.

 

  ‘()’를 음과 뜻이 같은 谿()’로 바꾸었고, 谿()’ 자는 ()’에서 ()’를 떼어내고, ‘()’도 골짜기로 물이 용솟음치면서 모여드는 형상을 취하였다.  谿()’ 자에서 시냇물의 형상을 둥글게 곡선으로 처리하였고, ()’은 직선으로 처리해 변화를 보이면서 세 개의 세로획 길이와 공간을 각각 다르게 표현했다. ‘無盡(무진)’은 한 글자처럼 구성하였고, ‘()’자는 일곱 개의 가로획을 조금씩 다르게 처리함으로써 촘촘하게 쌓아올린 통나무집을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서 검은 먹선은 단순한 선이 아닌 강철과 같은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아울러 전통적인 장법에서 변화를 추구하였으며, 직선과 곡선의 변화가 있으면서도 네 글자가 한 덩어리로 보이게 하는 빼어난 장법을 보여준다. 각 글자이 내부공간을 보면 무릎을 치게 된다. 전각의 허실처리와 붓의 용필에서 오는 묘미를 충분히 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고, 현대의 디자인 감각으로 보더라도 참으로 탁월한 추사의 절품이 아닐까 한다. 답사에서 직접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