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遠益淸

古藍 田琦 梅花草屋圖

푸른하늘sky 2019. 2. 13. 13:35

古藍 田琦 梅花草屋圖 [고람 전기 매화초옥도]  종이에 담채. 32.4 x 36.1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렇게 좋은 날 마음에 맞는 벗이 찾아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그림은 그런 간절한 바램을 담고 있다.

매화꽃이 눈송이처럼 피어나던 날,

산속에 있는 초옥에서 선비하나가 문을 열어 놓은 채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산이 온통 흰 눈으로 덮혀 있고

하늘이 먹구름인 것을 보면 조만간 봄을 시샘하는 눈이 한바탕 더 쏟아질 모양이다.

눈이 내리기 전에 친구가 빨리 도착해야 할 텐데....기다리는 친구의 마음에 조바심이 난다.

초옥에서 창을 열어두고 피리를 불며 앉아 있는 선비의 시선은 먼 데 창밖을 향하고 있다.
어둑한 개울에 놓인 다리를 밟고 건너오는 사내는 어깨에 거문고를 메고 있다.

 

멀리서 산속에 있는 벗을 찾아오고 있다.

방안의 선비는 녹의를 그는 홍의를 입고 있다.
초옥을 에워싸고 매화는 눈송이가 내려앉듯 환하고 아늑하다.
매화를 찾아, 마음으로 친히 지내는 벗을 찾아 봄이 오기 전의 산중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생겨나고, 부유하고,

바람의 기운 따라 천지간을 운행하는 별처럼

저 점점이 떠 있는 흰 매화에서 우주의 어느 한 순간이 멈추어 버린 것을,

거문고를 메고 가는 한 사내를 통해 내가 보았다면
눈 덮인 산은 광막하고 골짜기는 유현하여 그 속에 든 사람의 일은 참으로 아득하구나.


천리 밖 은은하게 번지는 서늘한 향을 듣는 이는 오직 그대 뿐
밤하늘의 성성한 별들이 지듯 매화가 한 잎 한 잎 흩어지는 봄밤,

천지간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나는 그림 속 사람이 된다.

별빛이 멀리서 오듯 암향도 가깝지 않다.

 

초옥 안에서 녹색 옷을 입고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은 오경석이고

어깨에 거문고를 걸치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이 그림을 그린 전기이다.

벗을 기다리고 있는 오경석의 설레임은 그의 지붕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전기가 입은 붉은 옷과 같은 색으로 그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림 속의 주인공이 오경석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오경석이 피리를 불고 있는지 전기가 거문고를 들고 가는지 어떻게 확신 했을까.

그림을 아무리 꼼꼼히 봐도 오경석이 피리를 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없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이 오른쪽 하단의 제시(題詩)이다.

 

亦梅仁兄草屋笛中古藍寫[역매인형초옥적중고람사]

역매 오경석이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는 중이고 그림은 전기가 그렸다는 뜻이다.

그림을 오경석에게 주기 위해 그린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역매가 피리를 불고 있으니 전기는 거문고를 들고 가야 박자가 맞는다.

그러고 보니 어깨에 올려 놓은 물건의 길이가 얼추 거문고는 되어 보인다.

겨우 8자의 써 넣은 화제가 수많은 붓질을 대신한 셈이다.

간략한 필치로 그린 그림 성격상 초옥 속 인물에게 피리를 쥐어주는 대신

제시로 암시하는 것이 훨씬 시적(詩的)인 표현법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1849년에 그려진 그의 또 다른 설경산수화 보다는
몇 년 후인 그가 타계한 1854년 이정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매화서옥도' 라고 불리는 1849년 작 '설경산수화' 보다는 훨씬 빽빽하고 필법과 묵법이 강하다.

 

눈 쌓인 산야에 묵선으로 그린 무수한 매화나무와 흰점으로 백매화를 그리되
묵선염(墨渲染)의 묘로 하늘과 산야의 거리감이 잘 나타나 있다.
산봉우리와 언덕에 세로로 긴 묵점과 녹색점을 찍고 등장한 인물의 옷색을
홍과 녹색으로 하여 강조하듯 나타내어 무채색 위주의 화면에 산뜻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기(田琦)는 중인 화가로 자는 이견(而見), 위공(瑋公), 기옥(奇玉)이었고
호는 고람(古藍), 또는 두당(杜堂)이며 산수, 매화, 난, 화훼 등의 그림과 詩와 書도 잘 하였다.

  

특히 조희룡, 유재소 등과 친밀하게 지냈는데
조희룡의 호산외사(壺山外史)의 전기전(田琦傳)에 의하면
그의 인품이 그윽하여 진당(晉唐)의 그림 속에 나오는 인물같으며
원대 회화를 배우지 않고 그 묘경(妙境)을 이루었다고 한다.
아깝게도 30세에 요절을 하였는데 추사 김정희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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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後園林梅已花

西風吹起雁行斜

溪山寂寂無人跡

好問林逋處士家 

눈 온 뒤에 동산에 매화 벌써 피었고

찬바람 일어나는데 기러기 줄지어 나르네 

짝이는 사람없어 쓸쓸한데 

임포처사 집을 즐겨 찾네





피리산조 - 진양조 - 피리 이생강 - 장고 허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