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성탄 /김남조
더 정직해야지
지치고 어둑한 내 영혼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
내밀한 광기
또 오욕
모든 나쁜 순환을 토혈인 양 뱉고
차라리 청신한 바람으로
한 가슴을 채워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지등을 들고 성당에도 가지만
자욱한 안개를 헤쳐
서먹해진 제 영혼을 살피는 날이다
유서를 쓰는,
유서에 서명을 하는,
다시 그 나머지 한 줄의 시를 마지막인 양 끄적이는
어리석고 뜨거운 나여
만약에 만월 같은 연모라도 품는다며는
배덕의 정사쯤 쉽사리 저지를
그리도 외롭고 맹목인 열에
까맣게 내 두뇌를 태워 가고 있다
슬픔조차 신선하지가 못해
한결 슬픔을 돋우고
어째도 크리스마스는 마음놓고 크게 우는 날이다
석양의 하늘에 커다랗게 성호를 긋고
구원에서 가장 먼 사람이
주여, 부르며 뿌리째 말라 버린 겨울 갈대밭을
달려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