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푸른하늘sky 2018. 1. 25. 01:20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사랑에도 속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솔잎혹파리가 숲을 휩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 순간인 듯 한 계절인 듯

마음이 병들고도 남는 게 있다면

먹힌 마음을 스스로 달고 서 있어야 할

길고 긴 시간일 것입니다

 

수시로 병들지 않는다 하던

靑靑의 숲마저

예민해진 잎살을 마디마디 세우고

스치이는 바람결에도

잿빛 그림자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단풍이 든 것만 같아

그 미친 빛마저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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