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속없는 사람/이경우

푸른하늘sky 2018. 1. 23. 09:55


속없는 사람/이경우


어렸을 적 시골에서는, 무더운 여름만 되면 자전거에 개 몇 마리씩 구겨 넣은 철망 상자 싣고 가는 개장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우리 집 베스도 그런 신세가 될까 봐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베스를 두고 3,000원은 받아야겠다며 2,500원밖에 못 주겠다는 개장수와 흥정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다음 날 또 다른 개장수 역시 2,500원밖에 못 준다고 하자 어머니는, 어제 3,000원 준다는 것도 안 팔았다면서 3,000원은 받아야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때 나는 불쑥, 엄마! 아니야 어제 그 아저씨도 2,500원 준다고 했잖아? 하고 끼어들었지요. 그러자 어머니는, 애가 무얼 잘못 듣고 하는 소리라고 얼버무리며 내게 한쪽 눈을 찡긋하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다시 또, 아니야, 분명히 들었어!라고 목청을 높였지요.
개장수 앞에서 어머니 입장이 매우 난처해지셨지만, 그로 인해 베스는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개장수는 가고, 나는 단단히 욕바가지 둘러쓸 각오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멀리 치악산을 바라보시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는 겁니다. 지금도 귓전에 생생한 그 한마디, 


 

저래 속아지가 없어 가지고 
앞으로 세상을 어찌 살아가겠누…. 

 

그 속아지 지금껏 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 










Da Capo(처음으로) - Adam Z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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