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靜偸閑

한국의 피카소 김환기의 생애

푸른하늘sky 2018. 1. 2. 16:51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충렬 지음 ·유리창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우리나라 추상과 반(半)추상미술의 선구자였으며, 수많은 명화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이 책은 수화 김환기의 삶과 예술을 충실하게 복원한 전기다. 그동안 김환기에 대한 일화를 담은 책은 적지 않게 출간됐다. 저자는 그간의 연구 자료와 관련 도서들은 물론, 김환기와 가까웠던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특히 소설가인 저자답게 자료에 바탕한 작가적 상상력을 과감하게 발휘함으로써 책의 흡인력을 한결 높였다.

일단,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김환기는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구상과 추상, 반추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조선백자 같은
문화유산과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그렸고, 파리와 뉴욕에서 활동할 때는 친구와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추상으로 표현했다.(중략) 김환기 작품의 발전 과정과 평가를 다룬 평전은 여러 권 있지만, 그의 삶을 다룬 전기는 작가의 ‘절대적 동반자’ 김향안이 생전에 쓴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 책은 김향안이 표현한 대로 ‘미완성 전기’다.” 저자는 이어 “나는 김향안이 미완성으로 남긴 전기를 읽은 뒤, 정본 김환기 전기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느꼈다”면서 “김환기의 삶이 온전하게 정리돼야 나를 비롯해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예술이 어떤 삶 속에서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책이 김환기에 대해 새롭게 밝힌 점은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김환기의 탄생일은 1913년 2월 19일(음력)이다. 이를 당시 양력으로 표시하면 3월 26일이다. 저자는 “그동안 2월 27일로 알려진 탄생일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김환기의
일본 유학시절 교우관계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이는 당시 함께 유학했던 김병기 화백의 구술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가능했다. 아울러 김환기의 생질 서근배의 잡지 기고문을 발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관계 및 생활상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김환기의 아내였던 김향안의 ‘변동림’ 시절에 대한 것이다. 변동림은 스무 살에 오빠 친구인 시인 이상과 결혼했고, 이상이 타계하자 스스로 시골
학교에 내려가 유배에 가까운 교사 생활을 했다. 이후 일본 시인 노리타케 가쓰오를 통해 김환기를 만나게 된 과정, 김환기와 결혼하면서 원래 김환기의 아호였던 ‘향안’으로 이름을 바꾼 것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 담겨 있다. 변동림의 가계도 상세히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김향안을 인격을 가진 역사적 인물로 복원한 것이다.

저자는 “김향안 이전 변동림의 삶을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 책을 통해) 김향안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그녀가 김환기를 얼마나 헌신적으로 내조했는지를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책 중 이런 대목에서 김향안의 내조를 여실히 볼 수 있다. “그녀는 남편의 자존심을 이해했다. 어차피 예술은 남편의 몫이고, 생활은 자기 몫이라고 여겼다. 예술적 기질이 넘치는 소설가 김향안이지만, 자신의 꿈은 접은 지 오래다. 남편의 담뱃값을 구하는 것이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이었다.”

김환기에 대한 인물평 중 미술평론가이자 수필가였던 김용준(1904∼1967)의 언급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는 김환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많은 친구를 사귀어 보고 여러 가지 일을 같이
경영해 보았으나, 의리나 우정이나 사교란 것이 어느 것 하나 이욕 앞에서 배신을 당해 보지 않은 것이 없다. 순수하다는 것을 정신의 결합에서밖에는 찾을 길이 없다. 이 정신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종교의 세계와 예술의 세계뿐이다. 수화는 예술에 사는 사람이다. 예술에서 산다는 간판을 건 사람이 아니요, 예술을 먹고 예술을 입고 예술 속으로 뚫고 들어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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