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靜偸閑

다산의 재발견

푸른하늘sky 2018. 1. 2. 16:29

다산의 재발견
다산의 재발견 _ 정민 지음, 휴머니스트, 756쪽, 4만 3000원

 
머리말
서설

제 1부 : 다산의 강진 강학, 제자 교육
1 다산 강진 강학과 제자 교학방식
2 ‘다산여황상서간첩’의 내용과 자료가치
3 정약용과 강진 시절 제자 황상
4 초의에게 준 다산의 당부
5 다산의 선문답

제 2부 : 다산의 사지 편찬과 불승과의 교유
6 다산과 은봉의 ‘만일암지’
7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다산 친필 서간첩 ‘매옥서궤’에 대하여
8 다산과 혜장의 교유와 두 개의 ‘견월첩’
9 새로 찾은 다산의 ‘산거잡영’ 24수
10 차를 청하는 글-다산의 걸명 시문
11 대흥사 천불전 부처의 일본 표류와 조선표객도

제 3부 : 다산의 공간 경영과 생활 여백
12 다산 정약용의 이상주거론
13 일민미술관 소장 ‘다산송철선증언첩’에 대하여
14 다산의 초당 경영과 공간 구성
15 다산의 평생구학론-이성화에게 준 3종 친필첩을 중심으로
16 다산 정약용의 부자론
17 다산이 그린 두 폭의 매조도

제 4부 : 다산 일문(逸文)의 행간과 낙수(落穗)
18 신헌의 ‘금당기주’와 다산의 일문
19 다산과 이인행의 남북학술 논쟁
20 다산이 이강회의 이름으로 추사에게 보낸 편지
21 정학연의 공후인시첩고
22 1805년 정학연의 두륜산 유람 시문
23 초의의 눈보라 속 수종사 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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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교수의 <다산의 재발견>은 다산에 대한 여러 저작과 소개로 유명한 정민교수가 새롭게 발견된 다산의 서간첩과 관련 문헌들을 바탕으로 다시금 다산과 그의 주변인물들에 대해서 풀어설명하고 현대독자들에게 그의 글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이백여년전의 사람의 글과 이야기이지만 정민교수의 친절한 해설과 이야기로 현대의 독자들에게 접점을 만들어주고 교훈과 감동을 전해주는 부분이 많다. 특히 공부, 학습과 관련해서 교훈되는 부분이 책에 많이 나와있다.

이책을 읽다보면 내용 곳곳에 숨어있는 다산의 교훈적인 이야기와 내용들로 인해서 깨우치고 반성하게되는 부분이 여럿있다. 이기적, 이타적 삶의 맘가짐에서부터, 공부하는 요약정리방식인 초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목표설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작업의 핵심가치를 언급하는 부분, 그리고 어떤 일의 작업에 있어서 목차와 범례의 중요성등을 언급하는 부분도 나온다. 이후 토론학습법, 떠오르는 생각은 즉시 메모하는 것, 천문학, 선박학, 조선술 등을 공부했다는 이야기, 공부의 태도, 다산의 이상주거론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행복, 자기만족, 자족의 개념 등등을 다산의 글속에서 들여다 볼수있는데, 다산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며 우리들에게 교훈을 준다.

 

몇몇 눈에 띄었던 책속 부분들을 살펴보자.

 

76쪽 : 평생 자기 일을 하면 온통 다른 사람에게 속하게 되고, 평생 다른 사람의 일을 하면 도리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 혹 이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해 다른 사람을 위해 손가락하나도 움직이려 들지 않으니, 이제 와서 마침내 무엇을 이루겠느냐?

 

84쪽 : 책을 엮는 구체적 지침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이런 방식은 강진 제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다산은 무슨 작업을 하더라도 먼저 작업의 핵심가치를 설정하여 목표를 정한 뒤, 목차와 범례를 확정해서 작업의 전 과정을 장악한 뒤에 작업에 착수했다.…저술은 모두 작업 매뉴얼에 따라 초서와 편집을 반복한 결과물들이었다. 처음엔 소모적이고 무모해 보이던 작업이 일정 단계에 올라서면서부터는 자신들도 놀랄 정도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85쪽 : 토론형 학습 방법이 다산만이 아니라 남인학단의 보편적 학습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작업 과정은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졌다. 다산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그 문답을 모두 속기록에 남겼다. …현장 토론에서 미처 생각 못한 질문은 돌아와서 서면 질의와 답변으로 계속되었다. …그때 그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는 수사차록과 되풀이해 따져보고 잘못을 바로잡는 반복참정, 마음을 쏟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잠심완색등을 강조했다. 여기에 떠오른 생각을 즉시 메모하는 질서와 붕우간의 토론으로 부족한 점을 상호 보완하는 이택의 학습법은 다산의 강진 교학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큰 위력을 발휘했다.

 

91쪽 : 작업 목표가 정해지면 관련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는 교차 대조하여 우열과 정오를 판단했다. 1착 작업이 끝난 뒤에는 다산이 다시 총괄 정검하여 수정과 보완을 지시했다. 하나의 저술이 완성되기까지 보통 다섯 차례 이상의 반복 심정을 거쳤다. 체를 쳐서 금을 줍듯 절차탁마하는 반복 과정에서 산만하고 무질서하던 정보가 체계를 갖추고 일목요연해졌다.

 

95쪽 : 황상은 31세 때 스승 다산이 해배되어 강진을 떠난 후, 58세까지 농부의 삶을 살았다. 그 와중에도 그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초서와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60대 이후에 그는 중앙 시단에 돌연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354쪽 : 다산이 이상주거론을 피력하는 자리에서 여타 의원류 산문들이 보여주는 관념적 유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가계 경영의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그리고 경제활동을 통한 이익추구에 머무는 대신, 삶 자체가 상심락사의 고상한 운치로 승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대단히 음미할 만하다.

 

466쪽 : 지구는 둥글고 사방 땅덩어리는 평평하다. 천하에 내가 앉아 있는 곳보다 높은 곳이 없다. 그런데도 백성은 자꾸만 곤륜산을 오르고 형산과 곽산을 오르면서 높은 것을 구한다. 가버린 것은 좇을 수 없고, 장차 올 것은 기약하지 못한다. 천하에 지금 눈앞의 처지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 하지만 백성은 오히려 높은 집과 큰 수레에 목말라하고 논밭에 애태우며 즐거움을 찾는다. 땀을 뻘뻘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죽을 때까지 미혹을 못 떨치고 오로지 저것만을 바란다. 하여 이것이 누릴 만한 것임을 잊은 지가 오래되었다. …다산이 <어사재기>란 글에서 한 말이다. 인간은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른다. 이것을 버려두고 저것만 쳐다본다. 더 갖지 못해 안달하고 다 갖지 못해 애태운다. 이 욕망은 끝내 채워질 줄 모른다. 부자는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 자신의 재물이 이만하면 넉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부자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성에 차지 않아 부족하게 여긴다면 그는 부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진정한 부자의 길을 바깥을 향한 욕망을 잠재우고 내 안에 풍요를 깃들이는 데서 성취된다.

 

643쪽 : 다산은 <주역>을 강의하다가 황상에게 유인의 청복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유인은 숨어 사는 사람이다. 다산은 다른 글에서 열복과 청복을 비교해 말한 적이 있다. 조정 벼슬아치들이 누리는 열복은 화끈해서 좋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유인의 삶이야말로 아무나 누리기 힘든 청복의 삶이다. 과실 심고 채소를 가꾸며 도리를 지켜 안분자족하는 것이 바로 유인의 삶이다.

 

676쪽 : 일속산방에서 보낸 만년 생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공부와 교학이었다. 황상은 75세 때도 일속산방에 틀어박혀 날마다 초서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귀양살이 20년 동안에 날마다 저술만 일삼아 복사뼈가 세 번이나 구멍 났습니다. 제게 삼근의 가르침을 내려주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 몸으로 가르쳐주시고 직접 말씀을 내려주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합니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