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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지음/ 인카운터/ 395쪽/ 1만6천원 |
‘군주론’을 쓴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마키아 밸리는 말년에 불운한 삶을 살았다. 젊은 시절에는 피렌체의 제2서기관장직으로 내정과 군사를 담당하고 대사로도 활약한 그였지만, 말년에는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쓸쓸한 삶을 살았다. 정치는 도덕과 구분된 고유영역임을 주장한 말년의 역저 군주론은 근대 정치사상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서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조선 최고의 사상범’의 저자 박봉규는 마키아 밸리와 정도전의 생애가 비슷했다고 소개한다. 아니 오히려 정도전의 일생이 마키아 밸리보다 훨씬 파란만장했으며, 죽음은 더욱 비참했다고 설명한다.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한 개국공신이었고, 조선왕조 500년의 국가 경영체계를 확립한 뛰어난 정치사상가였다. 국가의 운영방향을 둘러싸고 이방원과 갈등을 빚다가 역적으로 몰려 살해당했다. 태조실록에는 ‘간신 정도전 등이 서얼을 후사로 삼아 어른과 아이의 차례를 뒤엎고, 적서의 구분을 어지럽히려 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전문적인 역사학자나 작가가 아니다. 지식경제부 관료와 대구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현재 대성에너지 경영지원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정도전이 꿈꾼 나라는 백성의 나라였다. … 양극화가 심화되고 분배구조가 악화되어 가고 있는 오늘, 정도전은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정도전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소개한다.